DISC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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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1. 01. 거울
  2. 02. Violet Wand
  3. 03. 미로
  4. 04. Faust
  5. 05. Rafflesia
  6. 06. Vitriol
  7. 07. Gavial
  8. 08. Limbo
  9. 09. Mandrake
  10. 10. Sink Hole
  11. 11. 꼬리
  12. 12. Toddle
  13. 13. Hidden Track 꼬리 (Acoustic)

Guckkasten

발매일2010.04.20

앨범소개

2008년 11월 29일 서울 광진구 멜론 악스에서 열린 ’헬로 루키 오브 더 이어’는 한국 인디 역사상 가장 뜨거운 쟁탈전이었다.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그램이었던 ‘헬로 루키’의 연말 결선격인 이 행사는 그 어느 경연 대회보다 큰 당근을 걸고 있었다. 대상을 받은 팀에게는 EBS 스페이스 공감의 정식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졌을 뿐 아니라 상금 500만원, 그리고 2009년 펜타포트 메인 스테이지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까지 돌아가는 것이다. 방송과 페스티벌, 그리고 돈 까지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게다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2008년 5월부터 매달 뽑힌 3팀씩의 루키들이 상대였으니 말 그대로 천하제일무도회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6월의 헬로 루키로 선정되어 본선을 통과, 최종 결선까지 오른 국카스텐은 이 무대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는 이미 스페이스 공감 정식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흔히 겸손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자신감으로 충만해있었다. 말 뿐이 아니었다. 정확히 기억한다. 국카스텐이 첫 곡 ‘거울’을 부르자, 객석으로부터 어떤 뜨거운 바람이 불어 닥쳤다. 마음으로부터의 환호가 멜론 악스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국카스텐은 ‘헬로 루키 오브 더 이어’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과였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바야흐로 뜨거운 신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국카스텐은 말하자면 두 밴드가 한 집에서 생활하는 듯한 음악이다. 송라이터와 테크니션이 겹쳐 발전하고 있는 빌드 오더랄까. 송라이팅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하현우는 그 거침없는 샤우팅도 일품이지만 작곡과 작사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의 뮤지션이다. 대부분의 록이 신세를 지고 있는 블루스나 스탠다드 팝에 기반한 송라이팅이 아닌, 퍽 드라마틱하면서도 이미지적인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가 그린 밑그림에 풍성한 색을 더하는 건 전규호의 기타다. 그는 지금의 록계에서는 보기 드문 테크닉 지향의 기타리스트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의 메탈 키드들에게는 필수과목이나 다름없었던 온갖 기타 주법을 과감히 사용함과 동시에, 이펙터 활용도도 탁월하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기타 이펙터를 직접 만드는 게 취미라고 하니 사운드의 공학적 이해가 뛰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현우가 밴드의 좌뇌라면 전규호는 우뇌다. 팀에 뒤늦게 합류한 김기범과 이정길이 만들어내는 리듬 위에서 펼쳐지는 사운드는 정말이지, 쉼없이 중국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듯 하다. 문헌에 의하면 중국 만화경, 즉 국카스텐 속에 맺히는 상은 오늘날의 만화경과는 달리 불꽃놀이의 이미지였다고 한다. 국카스텐의 음악이 꼭 그렇지 않은가. 보컬과 기타, 리듬이 드라마틱한 전개 속에서 계속 화려한 불꽃놀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때로는 싸이키델릭하게, 때로는 폭발적으로, 또 때로는 마치 괴인이 잠언을 전하듯 신비롭게 하현우는 노래한다. 때로는 말하듯, 때로는 달리듯, 때로는 쏟아내듯 연주하는 전규호의 기타는 그 말에 말 아닌 소리로 말한다. 모던 록의 감성을 심으로 삼고, 헤비메탈의 사운드를 나무 삼아 이를 감싸고, 프로그레시브 록의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싸이키델릭의 색을 입힌 연필 같은 음악이다.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음악, 몸과 마음을 동시에 건드리는 음악, 강(强)과 유(柔)의 오의가 조화로이 머무는 음악. 그게 국카스텐의 음악이다. 장르의 분화가 거듭되고 있는 지금의 음악계에서 이들은 통합의 길을 걷고 있다. 침잠이 아닌 발화, 또 발화의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그 질주가 올해 록 페스티벌의 거대한 스피커를 울리는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목도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아레나 급 밴드의 탄생을. 적어도 그들의 음악은 아레나를 휘감을 자격이 있다. 그럴 에너지도 충분하다. 굳게 닫혀있다가 서서히 열릴 기미가 보이는 한국 대중음악의 두터운 빗장에, 국카스텐이 다시 한번 해머를 내리치고 있다.